호랑이 : 환웅님이 쑥과 마늘을 준지 일주일이 되었다. 나에겐 필수 영양요소가 부족해서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곰 녀석은 대체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거지?
(곰을 바라본다)
곰 : 뭘 그렇게 쳐다봐 이 얼간아! 저리 가서 쑥하고 마늘이나 먹어!!
호랑이 : 아, 미안.
호랑이 :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 거지? 난 단지 인간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이런 음습한 굴에서 곰한테 박대나 받고 살아야 하는가?
-잠시 시간 경과-
곰 : 환웅님이 우릴 이곳에 가둔지 2주가 지났다. 정말로 여기서 버티면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건가? 저기 옆에 짜증나는 호랑이 놈이 얼빠진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 눈이 퀭한 것이 영양실조인가 보다. 멍청한 놈. 환웅님이 마늘하고 쑥 먹으라고 했을 때 거부했어야지. 난 잡식성이지만 놈은 육식성이잖나?
호랑이 : 난 무언가 잘못된 것을 알았다. 나는 육식동물이라 쑥과 마늘을 먹을 수 없다. 나는 심히 배고프다. 하지만 곰은 아무렇지도 않다. 녀석은 날 비웃으며 쑥과 마늘을 보란 듯이 먹고 있다.
곰 : 호랑이 놈은 준비성이 없다. 이럴 줄 알고 난, 겨울잠을 대비하듯 영양분을 많이 축적해두었다. 14일째인 현재, 나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슬슬 겨울잠 자듯 잠을 자야겠다. 일어나면, 나는 인간이 된 내 모습과 함께 바보같이 굶어죽은 호랑이의 시체를 볼 수 있겠지. 그렇게 되면 호랑이 놈의 가죽을 벗겨서 멋진 호피코트를 만들어 입고 동굴을 나가야겠다.
-잠시 시간 경과-
호랑이 : 21일째가 되었다. 나는 당장이라도 굶어죽을 것 같다. 곰은 편안한 표정으로 자고 있다. 일주일째 자는 것을 보면, 녀석은 겨울잠이라도 자나보다.
곰 : 드르렁~킁~
호랑이 : 나는 단지 인간이 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왜 이런 불리한 악조건 속에서 고통 받아야 하는가. 나는 크나큰 분노를 느끼며 치를 떨었다. 그리고 결론을 얻었다. 간단한 일이었다. 나는 육식성이고 녀석은 잡식성이다. 녀석은 많은 양의 영양분을 몸속에 비축해두고 있다. 그리고...
곰 : 드르렁~~
호랑이 : 평소의 녀석이라면 내가 죽일 수 없겠지만, 녀석이 방심한 지금이라면 가능한 것이 있다.
(다가가서 곰을 세차게 내려친다)
곰 : 꾸에에엑!!!
호랑이 : 헉...나는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난 인간이 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어쩔수 없이! 그래,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머지 기간은 천천히, 내 경쟁자를 영양분삼아 경쟁을 즐기며100일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시간 경과-
호랑이 : 자, 이제 때가 되었다. 100일이다. 환웅님이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난 꼭 인간이 되야겠다. 나에게 어떤 고난과 시련이 있을지언정, 나는 내 꿈을 놓칠 수 없다. 어쩌면 이런 것이 인간의 모습인가. 답은 저 동굴 밖에 있다.
호랑이는 결국 밖에 나갔고, 인간 여성이 되어 환웅과 결혼하게 되었다. 그는 끊임없는 악조건에 저항하고, 자신을 합리화하며 곰을 죽이고 그 양분으로 100일을 버티는 쾌거를 이룩했다. 어쩌면 환웅은 처음부터 그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