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스토리가 지나치게 '난잡하다'
- 일관된 스토리 진행은 관객의 몰입도를 향상시키고, 작품의 품격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스토리는 딱 전반/후반을 나누어서 두가지 갈래로 진행된다. 소를 몰고 라이벌 목장의 방해를 피해서 군용 육우를 납품하는 과정이 전반부가 되겠고,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의 참상을 다룬 부분이 후반부 되겠다.
- 문제는 두 부분이 무척이나 동떨어진 줄거리라는 것과.. 그 사이를 이어주는 중반이 매우 부실하여 꽤나 지루하다는 점이다. 하나의 줄거리에 집중하게 하기도 쉽지 않은 판에, 시나리오 작가는 아얘 두개의 줄거리를 166분이라는 무지막지한 길이의 러닝타임에 넣어놨다. 따라서 관객들은 중반이후 영화 자체에 집중력이 떨어질뿐더러, 스토리도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도대체 왜 모험이 끝난 후 두 주인공이 키스를 했는데 끝나질 않는거야?" .... 헐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한국 관객이라면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 이렇듯 이원적인, 영화표현기법으로는 일종의 옴니버스에 가까운, 까놓고 말하자면 허공에 붕 뜬듯한 스토리는 영화의 평점을 깎아먹는 마이너스 요소가 된다. 하나하나의 줄거리는 괜찮은 편이지만, 그 둘을 모아보니 이건 영 아니올시다, 였던 것이다. 명심하자. 1+1이 언제나 2는 아니라는 것을..
둘째. '잃어버린 세대(Stolen Generation)' 과연 얼마나 공감할까?
- 이 영화에서 이야기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잃어버린 세대"이다. 20세기 초중반에 걸쳐 토착흑인과 외래백인 사이의 혼혈아, 이들에 대한 슬픈 이야기. 이들은 백인에 의해 자신들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끌려가 '백인화 교육'을 받게된다.
- 사실 이 '백인화 교육'이라는것 자체는 매우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혹자는 이를 '일본인들에 의해 한국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황국신민화의 고통'과 연관짓는듯 하다. 물론 충분히 일리있는 말이다.
-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토착흑인과 외래백인이 갖는 이미지는 - 적어도 영화에서는 - "복장"에서 나타난다. 서구식 의상을 하고있는 사람들, 그리고 가죽데기 하나로 몸을 가린채 '마법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끌려간 혼혈아들은 그들의 옷을 빼앗긴채 서양식 옷을 입고, 서양의 종교를 강제로 믿어야 했고, 서양인들의 신을 찬미해야 했다. "백인이 되어라. 그러면 너는 계몽되리라" E모씨의 "O"라는 책이 떠오르는군.
-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샜는데, 어쨌거나 '강제력에 의한 자기정체성상실'은 정신적 강간이나 다름없고, Stolen Generation과 비슷한 경험을 겪었던 '한 민족'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수입사는 생각했나보다. 글쎄, 충분히 '훈육'받은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문제는 그런 경험을 실제로 겪었던 사람이 현재엔 극소수라는 것. 언제나 그렇듯이 100년 배우는 것보다 1년 직접 해보는게 낫다.
- 모르겠다. 언젠가 모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자네들은 이후의 세대이기 때문에 그 전 세대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하셨다. 감정적 반응에서 비교적 좀 더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일제시대 이후의 세대는 전후세대이고, 전후세대를 잇는 세대는 민주화 세대이다. 그리고 나는 그 민주화세대 이후의 세대이다. 3세대의 격차가 난다. 적어도 나는.. 글쎄올시다. 내 성향이 그래서 그런가. 나는 영화를 감상하면서 어떠한 "민족적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 또 다른 문제는, 한국사람들은 "Stolen Generation" 자체가 뭔질 모른다는 점이다. 뭔지도 모르는 단어를 나열해가며 스토리를 진행시키고 있는데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셋째. "잃어버린 세대" vs "the War" vs ????? vs ????? vs ......(후략)
- 첫번째 소감과 맞물리는 것일지어다. 당최 이 영화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Stolen Generation의 안타까움? 전쟁의 참혹한 참상? 전쟁에 휘말린 어린이의 휴먼드라마? 이놈의 시나리오 작가라는 작자가 뭘 하는 작자인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손에 의해 탄생된 어떤 것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남기 위해서는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단언컨대 전혀 예술적이지 않다. 위에서 말했지 않은가. 난잡하다.
-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단어, "Stolen Generation". 이 세대의 안타까운 삶에 대하여 말하고자 싶었다면 철저하게 그들 위주의 시나리오를 썼어야 한다. 그런데 영화는 혼혈꼬마 하나를 보살펴주는 돈많고 괄괄대는 아줌마와 돈없고 싸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정신나간 아저씨 사이의 사랑이야기.
- 전쟁의 참혹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는가? "일본 공군에 의해 폭격된 항구와, 그 와중에 죽어나간 사람들과, 희생될뻔했던 어린이들의 안타까움, 그리고 전쟁으로 인하여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된 얼빠진 사나이의 자멸" ... 전쟁씬에서 스크린은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은 그게 아닌데 말입니다. 아무튼간에 그래픽에 신경쓴것은 보이는데(CG를 얼마만한 해상도로 만들었는지 상상이 안갈 정도라면 이해될라나), 전쟁신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는 결정적인 Role을 수행하고 있다. 영화에서 처음과 끝에서 강조하는 "잃어버린 세대", 그들과 전쟁이 무슨 연관이 있는것인지 영화는 무척 친절하게도 설명....해주긴 개풀. 오히려 복잡해질 따름이다.
- 하나하나의 메시지가 던져주는 것은 매우 좋지만, 역시 문제는 그것들을 한꺼번에 모아놓으니 이도저도 아닌 엉성한 시나리오가 되았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하나로서 무척이나 헷갈렸다. 이 영화는 험난한 세월을 살아가는 한 여인의 일대기인가? 자유를 갈구하던 한 남자의 보금자리를 찾는 과정을 영상화한 것인가? 잃어버린 세대 당시 혼혈인들의 안타까운 삶들을 이야기하려 했던 것인가? 전쟁의 참혹함을 전달하고자 한 것인가? 모르겠다. 아무튼간에 엄청나게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