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오프 전에, 라커룸 상황을 잠시 상상해봤습니다.

박지성 : 이번에 100번째 A매치이기 때문에..
선수들 : 우오오~
박지성 : 그런데 상대가 일본이기 때문에 ㅋㅋㅋㅋ
선수들 : ;;;;
박지성 : 아시안컵 끝나면 은퇴예정이기 때문에 ㅋㅋㅋㅋㅋㅋ
선수들 : ;;;;;;
박지성 : 영표흉도 이번 아시안컵 끝나면 은퇴가 유력하기 때문에 ㅋㅋㅋ
선수들 : 헐 ;;;
박지성 : ㅋㅋㅋㅋㅋㅋ 이 경기 지면 5천만 국민들의 지탄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ㅋㅋㅋㅋㅋ
선수들 : ;;;; 네;;;;
박지성 : 암요 에너지~
선수들 : ㅠ.ㅠ;;

박지성의 표정이 머리속에서 오버랩이.. 음.. (.....)
아무튼 동기부여는 확실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감독의 능력이나 선수들의 능력을 뭐라 할건 크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조광래 감독의 몇몇 판단에서 아쉬움이 남을 뿐.
뭐, 생각해보면 선택할 수 있는 카드 중 최선에 가까운 것들이었고,
그것이 들어맞지 않았던것 뿐이겠죠.
그 카드들이 적중했다면 조광래 예찬을 하고 있겠죠 모두들 ㅋㅋ

아시안컵 조별예선부터 8강전까지
조광래의 머리속에 담긴 이상적인 축구는 피치 위에 그대로 잘 나타났고
선수들의 플레이는.. 말 그대로 괜찮았습니다. 비록 골 결정력 부족이 보이긴 했지만..
원래부터 대한민국 골결정력은 정평(?)이 나있는 상태이고,
그동안 대한민국이 못했던 "만들어가는 플레이"가 무수히 양산되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고무적인 대회였습니다. 물론 그 만들어낸걸 못끝낸 것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요.



뭐, 그래도 짚고 넘어갈건 짚고 넘어가야겠죠?

사실 바레인전은 첫경기라는 특수성
호주전은 조 1위를 다투는 팀이라는 점에서 베스트멤버 풀가동이 당연했습니다.
문제는 인도전이었죠. 대승을 거두어야 조 1위가 되어 "꿀대진"을 맞이할 수 있는 상황.
항간에 '인도전에서 체력소모만 안했더라도..' 라는 이야기가 나오고있는데.
한 골 부족으로 조 1위를 못했으니 그건 능력밖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었죠. 인도의 혼이 담긴 디펜스, 신들린 인도 GK의 선방쇼,
강철같은 인도 선수들의 투지, 허접한 한국의 결정력.
PK로 인도전에서 한골 먹히긴 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전반 극초반의 선제골도
핸드링반칙을 심판이 안불었었잖아요?
'체력소모를 안했더라도..' 라는 결과론적인 이야기는
마찬가지로 '인도전에서 한골만 더 넣었으면 꿀대진이었는데..' 라는 결과론과 맞물리겠죠.
어디까지나 결과론으로 따지면 100%의 만족은 없을겁니다. 항상 부족하겠죠.

다만 이란전에서 베스트멤버의 체력소모에도 불구하고 우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찬스를 날리며 연장까지 흘러가서야 신승을 거둘 수 있었다는 점
그 과정에서 체력소모가 더욱 극심했다는 점
이것이 대한민국 아시안컵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겠네요.
다시한번 말하지만, 인도전에서의 베스트멤버 풀가동은 이후의 대진을 고려하면 당시로선
최선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호주전보다 이란전에서 더 큰 인상을 받았습니다.
비록 K리그에서 날아다니는 선수들일지라도 아직까지는 나이가 어린 선수들이니만큼
국가대항전에서 능력이 채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인도 바레인 레벨이면 모를까, 호주나 이란급 레벨의 강팀을 상대로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이도 조광래 감독의 축구를 잘 보여주면서 괜찮은 경기력을 보여주었었죠.
제 걱정을 기우로 만들어주었죠...
다만 그런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일찍 끝내지 못했다는게..ㅎㅎ



아, 한일전 이야기를 해야죠. 경기 전부터 걱정을 참 많이 했습니다.
일본이 카타르 상대로 힘들게 이겼기 때문에 사기충천해있을것이고
한국은 이란이랑 연장까지 가는 혈투끝에 체력 모두 소진해가면서 겨우 신승하고
(그것도 무려 비오는 날씨에!!)
휴식시간도 일본에 비해 한국이 더 짧았고.
체력부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에 따라서 경기양상이 달라지겠구나, 라고 생각했지요.

경기를 보는 내내 제 생각이 맞았다는걸 깨달았네요.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대한민국의 축구는,
선수 개개인의 폭넓은 활동량을 통한 "어디로 공이 가던지 그 곳에 한국 선수가 있는 플레이"
짧은 패스위주로 구사하면서 상대방이 강력한 압박을 걸더라도
"볼을 키핑하면서 우리편에게 전달, 볼점유를 유지하는 플레이" 였습니다.

한일전에서는 이런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죠. 사실 압박에 대처하는 볼키프는, 볼 컨트롤은 그대로였습니다만
상대 선수가 다가올 때 한번 접고 패스를 해야하는데
우리편이 체력부족으로 헬프를 못와서 아무도 없고, 자기는 고립된 상황
이러한 상황이 너무 자주 연출되었습니다.
활동량이 받쳐주어야 하는 플레이에서 체력이 부족하니 자연스럽게 활동량이 줄어들고,
생각했던 플레이가 안나옵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일본이 경기 내내 우위를 가지고 플레이 했던 것은 당연합니다.

만약 한국선수들에게 체력이 더 남아있었다면?
'if ~' 라는 문제는 사실 언급할 필요성이 없습니다만
(한국선수들 체력이 있었어도 어느팀이 이길지 누가 알아요 ㅋㅋ)
최소한 대등한 미들싸움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여담이지만 미들싸움에서 혼다가 보여준 모습은... 혼다 정말 잘하더군요^^
안정적인 볼키핑에 찔러주는 패스까지.. 막판이 되니 적극적인 수비가담까지.. 캬~~~ ㅋㅋ
솔직히 나중되니 혼다가 공잡으면 조금 무서웠습니다 ㅋㅋ)



한일전 경기 운영의 측면에서, 체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충분히 제몫을 다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체력이 바닥날 시점에서 투입된 교체선수 세 명. 그 세 명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지요.
일반적인 경우, 교체선수는 체력에 우위를 가지고 상대방을 헤짚으며 흐름을 바꾸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연장전에 투입된 두번째 교체선수인 홍정호의 경우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흐름을 바꿔놓는데 성공했죠.
그러나 후반 막판에 투입된 손흥민의 경우엔.. 처참했습니다.
체력이 남아있기에, 헤집어줘야 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전혀 그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빅매치에서의 경험부족이 절실해보였네요.
조광래 감독이 원했던건, 인도전에서의 그런 움직임이었겠죠.
차두리에게 공 넘겨주고 걸어다니는 모습은.. 에휴 뭐랄까.
그래도 성장가능성이 많이 남아있는 어린 선수라는 점에서 격려는 해줘야지요.
마지막 교체카드인 김신욱의 경우도, 거대한 신장에도 불구하고 노련한 일본 수비진의
파이팅넘치는 수비에 밀려서 그렇게 빛을 발했다고는 보기 힘들고요.

예전에 월드컵 끝나고 총평글에서도 썼었지만..
이런 골문앞 혼전상황에서의 골은 전술적인 의미의 득점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일명 뽀록골이죠.
물론 모든 골이 전술적인 노림수가 통한 상황에서 터지는 것은 아닙니다만
(솔직히 그런 골, 절반도 안될겁니다)
김신욱의 플레이가 조광래 감독의 노림수에 부합했느냐는 아닌것 같습니다.
헤딩경합 실패하는 모습이 수차례 보였지요.
..물론 위에서 말했다시피 한국선수들의 체력부족으로 김신욱과 일본 수비진이 공중볼 경합을
했을 때 흐른 세컨볼, 거기에서 '공이 가는 곳에 선수가 있어야 하는 상황'이 없었지만.
그건 일본도 체력부족현상이 보였으니 마찬가지였고요.
교체카드 평을 해보자면 손흥민은 실패, 홍정호는 성공, 김신욱은 반반 정도겠네요.



연장전의 일본의 PK
예전에 첼시가.. 어디랑 했었지.. 아무튼 존테리였나 람파드였나.
자꾸 다른선수 들어온다고 골 인정 안해서 PK 3번인가 찬적 있지요?
ㅎㅎ 그것이 생각나더군요.

음.. 사실 세 차례에 걸쳐 아쉬운 판정이 있었지만
(1. 어께싸움을 반칙으로 판정
2. 패널티에어리어 바깥임에도 불구하고 PK선언
3. 키커의 슈팅순간 키커 이외의 선수가 패널티 에어리어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
PK가 성공하지 않았더라도 한국이 꼭 연장전에서 골넣고 승리했으리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흐름이 한국으로 넘어와있는 상황이었지만 일본의 잠그기가 탄탄한 상황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전 "원래 승부차기까지 가는거였는데 좀 극적으로 가버렸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아쉬운건 타선수가 에어리어에 진입했을때 인플레이 인정한것이었습니다만..
물론 볼데드판정을 했었더라도, 재차 이어진 PK에서 혼다가 골을 넣을 가능성은 매우 크지만.
정성룡이 막아낸 공이 일본선수가 진입한 오른쪽으로 간것도 아니고, 왼쪽으로 흘러갔는데
그 순간 볼을 향해 돌진하는 푸른 유니폼은 4개. 붉은 유니폼은 1개...ㅅㅂ
전 심판의 판정보다 그 상황에서의 집중력이 더 아쉬웠네요.



승부차기 키커 순번에서는 아쉬움이 더욱 많이 남습니다.
전 당연히 킥력이 좋고 큰경기 경험이 많은 기성용이 1번을 맡으리라고 생각했는데요.
아마도 기성용은 5번을 맞은것 같네요.
1번타자(?) 구자철이 나오는걸 보고..
"읭? 기성용이 아니여? 구자철? 구자철이면 뭐... 근데 기성용만 할까 ;;" 그리고 실축.
국제대회에서 큰경기 경험이 부족한 구자철이 중압감을 떨치지 못하고 실축해버렸지요.
이용래와 홍종호도 비교적 국제대회 큰경기 경험이 부족하거나 나이가 어린 선수인지라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고요.
그 둘 나오는거 보면서 "아 ㅅㅂ 조땓따 ;;;" 라는 생각이..
그리고 골키퍼 선방과 허무한 실축으로 이어져버렸네요 ㅠ.ㅠ
아무래도 첫번째 키커를 좀 더 나이가 있어 침착함과 경험에서 비교우위에 있던가,
나이가 어리더라도 빅매치 경험이 있는 선수였어야 했습니다.

"아.. 이렇게 허무하게 질거면... 차라리 동점골을 드라마틱하게 넣지를 말던가.. ㅅㅂ.."

라는게 경기종료 직후의 제 생각이었습니다....
아나 시밤 어이가 없어가꼬 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



뭐.. 한일전 뿐 아니라, 대한민국 대표팀의 전반적인 아시안컵 운영을 놓고 보았을 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역시 골결정력이 아닐까 싶네요.
박주영의 공백이 살짝 아쉬웠습니다.ㅎㅎ
그래도 아직은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공 잡았을 때 믿음이 가는 선수는 박주영 외에는
많이 없는것 같아요.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아시안컵은 3위로 마무리했으면 좋겠고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이영표와 박지성이
"ㅅㅂ 드러워서 이런놈들 믿고 은퇴 못헌다 다음 월드컵까지 뛸랜다 시밤"
이라고 했으면 좋겠네요 -_-;;



한일전 다음날 모 카페에 썼던 글을 올림

결국은 이영표 박지성 은퇴 ㅜㅜ 아나 시밤 한국축구 조땐거다


Posted by 날백수